바나나 취향 by springhascome

밤늦게 들어온 남편이 씻자마자 "바나나는?" 하고 묻는다.

그 바나나.... 지난 주 월요일에 사둔 것이었다. 사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바나나 두 개. 아무도 먹지 않아서 점점 까맣게 까맣게 변해가는 게 아까워 출근길에 들고 와 억지로 먹었다. 버릴까 하다가 정말 억지로 먹었다.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달아서 먹다가 1/5정도 끄트머리는 결국 버린 그 바나나.

"그거, 내가 먹었는데."
"두 개 다?"
"응. 완전 썩어가고 있어서 그냥 회사 가져와서 먹어버렸어. 맛없어서 겨우 먹었네"
"헉!!!!!!!"

얘기를 들으니 남편은 까만 바나나를 좋아한단다. 바나나는 까맣게 변해서 당도가 최고로 올랐을 때 가장 맛있다고 믿는 사람. 그래서, 그 맛있는 거 매일 매일 먹고 싶었지만, 맛있는 거니까 나 먹으라고 안먹고 아껴뒀단다. 어제 아침에도 두개 있는 거 보고 침 꿀꺽 삼키고 나 먹으라고 자기는 안먹고 갔는데 갔다 오니 두개가 다 없어서 내가 두개나 먹었나 싶어서 궁금해서 물어봤단다.

"나는 까맣게 익은 바나나 싫어해. 약간 푸른기 돌 때의 그 풋내 나는 바나나가 좋아."
"헉, 원래 바나나는 까맣게 익었을 때 제일 달고 맛있어서 다 그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?"
"아닌데, 나는 노랗고 단단한 바나나가 좋은데."
"그런 바나나는 맛없어서 갈아서나 먹는 바나나 아니야?"
"무슨 소리야. 나는 그 까만 바나나 먹으면서 너무 맛없어서 갈아서 먹을걸, 하고 후회했는데."
"아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먹을걸....!!!"

남편은 진심으로 슬퍼했다. 어제 아침, 내가 바나나 두개를 다 가져오지 않았다면 남편은 어제 하나, 오늘 하나를 양보하며 본인이 나에게 가장 맛있는 걸 양보했다고 믿고 있었을거다. 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분이었는데.

이제 노란 바나나는 내가, 까만 바나나는 남편이 먹기로했다. 우리는 참 과일에 있어서는 취향이 정반대다. 결혼한지 1년이 넘어 이제서야 서로의 바나나 취향을 알았다. ㅋㅋ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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